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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21의 마리에게.

안녕 마리야. 너에게 이렇게 편지를 쓰는 것도 정말 부질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이렇게 내 마음을 기록해놓지 않는다면 너무 후회가 될 것 같아 이렇게 적어논다. 

우리 마리, 16년전 짤랑짤랑 아가였을때가 정말로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그때 강아지 사료에 따순 물 부어 밥 줬던 것이 아직도 선하다. 오래 살았구나.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보면, 마리한테 너무 미안한게 많아서 형 마음이 정말 아프다.

잠깐의 산책도 귀찮아서 미루고, 집에 오면 스마트폰 보고 다른 것 한다고 마리 제대로 놀아주지도 못하고, 최근 바빠서 마리 얼굴도 제대로 보고 모처럼 푸욱 안아주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가버리니 형이 더 미안해 마리한테..

형이나 누나가 지켜보고 있었다면 조금 더 마리도 가는 길 덜 무서웠을텐데, 정말 미안해... 

마리야 너랑 함께 한 기억들은 평생 죽을때까지 잊지 못할거같아. 나의 어린 날부터 함께해온 우리 마리. 형이 최근 따듯하게 안아줬을 때 더 안기고 싶어하는 것 처럼 행동했잖아. 형 마음이 정말 아프다...

어제만 해도 우리 마리 참 괜찮아보였는데, 하루만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버리니 정말 공허하고 힘이 드네. 마리도 매일 같이 혼자 집지키고 조용한 집안에서 형, 누나만 기다렸을텐데 형이 미안해..... 정말 우리 마리 마음을 한번도 제대로 깊게 공감하고 신경써주지 못해서 형이 실수했던 것 같아... 

군 시절때 갑자기 마리 걱정이 많이 되서, 전역하면 우리 마리 행복하게 형이 산책도 자주 시켜주고, 마리 행복할 수 있게 잘 놀아주려고 마음먹었었는데, 결국은 우리 마리한테 정말 못된 주인으로 기억남을거라고 생각하고.. 할 말이 없어.. 

마리는 형에게 준비할 시간을 미리 주고 있었던건데, 형이 그걸 아무렇지 않고 당연하게 여겨서 우리 마리에게 늘 실망만 시켜줬어. 너랑 함께 보낸 시간들 중 정말 잊지 못하는 순간들이 몇 가지가 있어. 

가장 최근엔, 우리 마리 형한테 얼굴 파뭍고 똘망똘망한 눈으로 쳐다봐줘서 형이 많이 행복했었는데 마리도 그땐 행복했지? 사랑스러운 우리 마리. 그리고 친가 가족들이랑 차이나 타운 갔을때 혼자 문 사이에서 낑낑 가족들 애타게 기다리고, 

형이 무엇보다 많이 미안한건, 우리 마리 혼자 많이 무서웠을텐데.. 낑낑 앓다가 혼자 무지개 다리 건너게 해서...

제일 많이 미안해. 

초등학교 2학년 9살때부터, 24살까지 16년 동안 한번도 어디 크게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줘서 고마워..

한번도 투정부리지 않고, 집에 돌아오면 어김없이 꼬리 흔들며 반겨주던 우리 마리.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형은 고민하지 않고 우리 마리 처음 만났던 날로 돌아갈래.

마리, 너와 함께 자라온 나날들은 정말 잊지못할 기억이고 무엇보다 소중한 경험이고 추억이었어.

이제는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행복하자 마리야. 늘 우리 마리 잊지 않을게.

 

고마워.. 마리야..

사랑한다